귀촌은 부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분업이 가능했던 많은 일들이 시골에서는 둘만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며, 생활 리듬과 가치관의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귀촌을 준비하거나 이미 시작한 부부들이 갈등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역할 분담과 소통 전략을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1. 귀촌 전 ‘삶의 기대 수준’ 서로 점검하기
많은 갈등은 ‘생각이 다를 줄 몰랐다’에서 시작됩니다. 귀촌을 결심하기 전, 각자 어떤 삶을 기대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질문 예시:
- 자급자족 수준의 농사를 원하나요, 아니면 가벼운 취미 수준인가요?
- 수입은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나는 사람 많은 마을을 선호하나요, 조용한 곳이 더 편한가요?
- 하루 중 각자의 ‘나만의 시간’은 어느 정도로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이 대화는 귀촌 전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단계이며,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귀촌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집안일과 바깥일, 명확한 역할 구분하기
시골에서는 밥 짓기, 장작 패기, 밭일, 빨래, 물긷기까지 모두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도시에서의 역할 분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만이 쌓일 수 있습니다.
✅ 역할 분담 원칙
- 성별이 아닌, 역량과 관심사를 기준으로 분담
- 한쪽이 힘든 일(장작패기, 지붕수리 등)을 맡으면, 다른 한쪽은 시간 소요가 긴 일(음식 준비, 마을 행사 대응)을 맡기
- 작은 일이라도 “고맙다”, “수고했다”는 감정 표현을 습관화
사례: 남편이 밭일 전담, 아내는 마을 소통 및 반찬 준비 담당으로 명확히 나누고 교차 피드백을 유지한 부부는 5년 이상 안정적으로 귀촌 생활을 이어감.
3. ‘일상의 루틴’은 합의로 정하기
시골에서의 하루는 정해진 출퇴근이 없는 대신,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여기에서 부부 간 생활 패턴이 엇갈리면 자주 다툼이 발생합니다.
✅ 루틴 설계 팁
- 기상 시간, 작업 시작 시간, 식사 시간은 최소한 합의
- 서로의 휴식 시간과 독립적인 공간 존중
- 일주일에 하루는 ‘함께 산책’ 또는 ‘함께 TV 보기’ 등 교감 활동 포함
4. 마을 공동체 활동 참여도 사전 협의
귀촌 부부 간에는 “누가 이웃들과 더 교류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도 생깁니다. 특히 아내가 더 자주 마을 행사에 참여하거나, 남편이 회관 모임에 소극적이면 불균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해결책:
- 처음 6개월은 함께 참석하여 마을 분위기 익히기
- 이후 ‘한 명은 내부 일, 한 명은 외부 교류’로 분업하기
- 무조건 분담하기보다는 서로의 성향 고려가 핵심
5. 수입 계획과 지출 책임 공유
귀촌 후에는 수입이 급격히 줄거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때 경제적 스트레스를 한 명에게 몰아주는 구조는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실천 방법:
- 가계부 앱을 함께 쓰며 매월 정산
- 수입의 일부는 공동 기금(생활비), 일부는 각자의 소액 자유 기금으로 구분
- 농산물 판매, 블로그 수익, 공예 판매 등 공동 수익 모델 마련
6. “귀촌은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것”
도시에서는 각자 일이 있고, 개인 시간이 있었지만 시골에서는 하루 대부분을 같이 보내야 합니다. 작은 말투, 표정, 피로 누적까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부부 모두가 상대방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촌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 바뀌는 과정입니다. 그 변화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맺으며: 귀촌 부부는 ‘팀’이다
귀촌에서 부부는 더 이상 각자의 삶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됩니다. 역할을 분담하고, 갈등을 피하지 않고, 대화를 멈추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정착 전략입니다.
귀촌을 함께 준비하고, 함께 운영하며, 함께 버티는 부부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귀촌 모델입니다.